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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웅 경제지식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역설 - 서민 보호 정책이 불법 사금융으로 몰아가다

by 백웅 2023.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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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 인하 역설 - 서민 보호 정책이 불법 사금융으로 몰아가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역설 - 서민 보호 정책이 불법 사금융으로 몰아가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역설 - 서민 보호 정책이 불법 사금융으로 몰아가다

 

2021년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하향 조정된 이후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액이 1년 만에 절반 가까이 감소한 사실이 공개되었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이자를 받지 못하는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중단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서민을 보호하겠다는 목표로 법정 최고금리를 낮춘 정책이 오히려 서민을 불법 사금융으로 밀어내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와 리드코프 등 상위 10개 대부업체의 개인 대상 신규 대출액은 지난해 하반기에 5570억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2021년 하반기 대출액인 1조574억원과 비교했을 때, 47.3% 급감한 것이며, 이는 대출 잔액 기준 약 5004억원의 감소를 의미합니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개인 대상 신용대출이 2021년 상반기의 4542억원에서 지난 하반기에는 2592억원으로 42.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개인 대상 담보대출은 6032억원에서 2978억원으로 50.6% 감소하였습니다.

 

등록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크게 줄인 가장 큰 원인은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로 볼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대부업체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데,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춘 정부의 정책 때문에 대부업체들은 대출을 할수록 손해를 보게 됩니다.

 

상위 10개 대부업체 중 한 곳인 A사의 경우, 대출금리의 손익분기점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연 25.12%였습니다. 이는 조달금리(연 5.63%), 회수할 수 없는 대손비용(연 11.03%), 대출 중개사 등에 주는 모집비용(연 2.86%), 관리비용(연 5.6%)을 합친 수치입니다.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대출을 내주더라도 오히려 5.12%포인트(25.12%-20%)의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상위 10개 대부업체의 평균 조달금리는 2021년 12월의 연 4.65%에서 지난해 12월에는 연 5.81%로 상승하였습니다.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줄이게 되면서 손실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대부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기존 계획보다 6개월 빠르게 올해 말에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2위의 대부업체인 리드코프도 신규 대출을 일반적인 수준의 20% 정도로 줄였습니다.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등록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저신용자나 금융 취약계층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나게 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불법 사금융 피해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대부와 유사수신 등 피해 관련 신고·상담 건수는 2021년 9918건에서 지난해 1만913건으로 10%(995건) 증가하였습니다.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목표로 법정 최고금리를 내린 정부의 결정이 취약계층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장연동형 최고금리 제도’ 도입 등,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회의 동의 없이도 정부는금리를 유동적으로 관리하고 대부업체들의 경영 안정을 돕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실제로 일본은 2000년 법정 최고금리를 15~20%로 낮추는 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었습니다. 고금리 대출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는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고, 불법 사금융의 피해가 증가하였습니다. 이에 일본은 이를 보완하고자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연동형'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도입하였습니다. 이 방안은 일본 은행의 참고금리를 기준으로 최고금리를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빠른 대처가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방안을 적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시장연동형 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하면 최고금리는 일반적으로 시장 금리의 변동에 맞춰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부업체들의 경영 환경이 개선되고,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법정 최고금리를 단순히 낮추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불법 사금융으로의 이탈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또한, 금융당국은 대부업체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사업장 폐쇄나 대출 중단 등 대부업계의 축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액 대출 시장이 충분히 확대되지 않는다면 이는 소비자에게 더 큰 피해를 끼칠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금융 취약계층이 안정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대부업체들의 경영 환경을 안정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현재의 법정 최고금리 낮추기 정책이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는 역설을 만들어낸 것처럼, 정책의 결과는 항상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정책의 영향을 충분히 분석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불법 사금융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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