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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웅 경제지식

전세 등기 의무화하면... 전세의 '재탄생' 가능할까

by 백웅 2023.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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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등기 의무화하면... 전세의 '재탄생' 가능할까
전세 등기 의무화하면... 전세의 '재탄생' 가능할까

 

전세 등기 의무화하면... 전세의 '재탄생' 가능할까

 

안녕하세요, Heon입니다.


한국에서 전세(傳貰)라는 용어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일제가 1913년에 발행한 <관습조사보고서>였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전세기간이 지방에서는 보통 1년, 한성부(조선왕조의 수도)에서는 100일이었으며, 전세기탁금은 가옥 가격의 반액에서 7·8할까지였습니다. 전세권자는 권리를 양도하거나 전당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해 가옥주는 이의제기가 불가능했습니다(윤대성, <한국전세권법연구> 참조).



전세는 월세만 있는 일본이 지배한 35년 동안에도 살아남았으며, 도시의 주택 부족이 심각했던 시절에 중요한 임대차계약이자 자금조달 방법으로 역할을 해왔습니다. 1995년에는 전체 가구의 30%가 전세로 거주했을 때도 있었으며, 2020년에는 15.5%가 전세로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인구주택총조사). 월세 대부분에는 보증금이 포함되므로 실질적으로 전세의 영향을 받는 임대차계약은 전체의 80% 이상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세제도가 개선되면 어떨까요? 전세가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요? 현재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가 폭락하면서 전세의 잠재적 위험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전세는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보증금 반환을 막는 전세무자본 투자로 수십 개 또는 수백 개의 주택을 소유한 임대인들이 많아지면서 많은 세입자들이 보증금 일부 또는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세를 악용한 사기 사례도 늘어나면서 '전세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정말로 사라질까요? 2000년대 중반에 전세난이 심화되었을 때에도 '전세종말론'이 주장되었지만, 비중은 줄었지만 여전히 전세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전세사기로 인해 전세제도의 위험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드러난 지금, 전세의 월세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현재 전체 보증금이 1천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이를 모두 월세로 전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반전세화' 경로를 거쳐야 하므로 단기간 내에 전세가 사라지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전세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제도입니다. 먼저, 주택시장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실직한 세입자들이 월세를 장기간 납부하지 못할 때 많은 나라에서는 특별법을 만들어 강제퇴거를 방지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전세는 월세 미납 위험 자체가 없으며, 보증부 월세도 보증금 규모가 월세의 수십 배에 이르므로 월세를 받지 못해도 상당 기간 문제가 없습니다.

또한, 전세는 맞춤형 계약을 할 수 있는 능력에 크게 기여합니다. 일정한 소득은 있지만 아직 자산이 없는 젊은 세대에게는 월세가 유용하고, 반대로 모아놓은 자산은 있지만 월소득이 적은 은퇴자에게는 전세가 더 매력적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자기 자산을 활용할 경우에는 전세, 월 임대료 수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월세로 계약할 수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보증금과 월세의 조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월세만 있는 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전세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야 합니다. 주택에 대한 정보는 등기부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지만, 임대인 정보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임대인 본인의 설명이나 중개인의 말을 믿어야 하는데, 진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또 다른 큰 문제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임차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소유권을 양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입자이자 채권자인 전세권자는 당연히 채무자가 변경되는 것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세계약 당시 임대인은 보증금 반환 능력이 있었지만 바뀐 집주인은 신용불량자로 보증금 반환 능력이 전혀 없다면 세입자는 갑자기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따라서 임대인 변경 시 세입자에게 통지하고, 세입자가 계약을 종료할지 지속할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또한 필요한 지역이나 유형에 대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상한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투기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와 유사한 방식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일반주택의 전세가율은 대략 50~70%를 오르내리며 매매가와의 격차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깡통주택'이 많아지면서 무갭투자(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거나 같아 본인 돈 없이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와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깡통주택을 매입하는 데는 자기 자본이 전혀 필요하지 않으므로 자기 자본이 없는 개인도 수백 개 또는 수천 개의 주택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보증금 반환을 고려하지 않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입니다.



전세가율 상한제는 무분별한 무갭투자를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되며, 전세사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세가율을 70% 이하로 제한한다면 2억원짜리 주택을 구매할 때 적어도 6천만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100개의 주택이라면 60억원이 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자기 자본 또는 자본 조달 능력이 있는 주체만이 다주택을 소유하게 만들게 됩니다. 만약 그 주택이 경매로 넘어간다면 집주인이 투자한 30%는 포기해야 하므로 보증금 반환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전세 정보가 모두 등재되는 등기 의무화도 필요합니다. 주택을 매매할 때 등기부에는 매매 일시, 금액, 매수인 정보가 모두 등재됩니다. 하지만 전세권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의 동의와 비용이 필요하므로 대부분 확정일자만 받아서 등기부에 아무런 정보가 기재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다세대 주택의 경우, 자신보다 앞서 입주한 세입자들의 보증금 규모를 알 방법이 없습니다. 전세권 등기를 의무화하고 비용을 대폭 낮춰 누구나 등기부를 확인하면 해당 주택의 과거 전세 이력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출근 중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해서 회사를 안 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안전시설을 보강하고 교통법규를 개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세제도가 가지는 위험을 줄이면서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지능을 가진 한국인들이 이미 전세제도를 활용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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