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한 막혀…서민금융에 빠진 꼬리핀

금리 상한 막혀…서민금융에 빠진 꼬리핀

금리 상한 막혀…서민금융에 빠진 꼬리핀

국내 금융 상황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객인 '서민'층의 대출 문턱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이는 기준금리 상승이 지속되면서 금융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져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현상 때문이다. 그 결과 이들 중금리 대출의 수요는 카드론 등 다른 금융 부문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눈에 띄는 변화는 중금리 대출 분야이다. 2023년 7월 23일 저축은행중앙회의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에서 공급된 민간 중금리 대출의 총액은 3조 343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6조 1317억원)과 비교해 45.4% 감소했다. 또한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수도 지난해 35개에서 올해 31곳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중금리 대출 건수는 33만 9332건에서 22만 2962건으로, 한 건당 대출 금액은 1807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줄었다.

금융사에서 대출의 문턱을 높이자, 그 결과로 카드론과 같은 제2금융권의 중금리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카드·캐피탈 업계 중금리 신용대출은 2조 1891억원으로, 전년 1분기 대비 33.5% 증가했다.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하나, 우리카드 7개사의 카드론 잔액도 34조 8326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서민층 대출이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을 반기마다 업권별로 정하는데,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최근 고시안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상호금융, 저축은행, 캐피탈의 민간 중금리 대출금리 상한은 법상 올릴 수 있는 최대 한도까지 올랐다. 따라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대출금리 상한에 막혀, 돈을 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늘었다. 더욱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은 민간 중금리 대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저축은행과 비교해 그 규모가 크지 않다. 더군다나 이들은 비교적 신용도가 높은 차주를 대상으로 하므로 서민금융 지원에 한계가 있다. 카드론 등으로 서민 대출 수요가 일부 해소되고 있지만, 이 역시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역마진 우려로 인해 계속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늘려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대출금리 상한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정해져 있어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금리 상한을 더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 상한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는 연체 위험이 큰 저신용자의 대출부터 줄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들이 제2금융권에서까지 돈을 못 빌리면, 더 높은 부담을 지고 대부업체 등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이 서민금융에 꼬리핀이 빠진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 제2금융권에서의 대출 문턱이 높아질수록 이들은 더 높은 이자 부담을 지는 대부업체 등으로 이동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현상을 겪고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중·저신용자들은 높은 금리 부담을 감수하며 대출을 받아야 하는 불편한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실질적으로는 금융기관들의 자본조달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소비자들의 신용 등급을 올리는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신용 상담과 교육, 신용 회복 프로그램 등을 활성화하여 소비자들이 더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대책들이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중·저신용자들의 금융 접근성을 확대하고, 투명하고 안정적인 금융시장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민금융에 빠진 꼬리핀을 다시 매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기억하며, 이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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