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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이은 전염성 바이러스? 엠폭스는 무엇이고, 왜 확산이 더 빨라졌나?

by 백웅 2024.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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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경사회

엠폭스 바이러스는 원래 원숭이 두창으로 알려졌으나, 1950년대 말에 처음 발견된 이후 최근 3~4년 동안 여러 변이를 겪으며 사람 간 전염력이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 몇 가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먼저, 이 질병이 원숭이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인류학자인 사간 프리언트는 “덴마크의 한 실험실에서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원숭이 간 감염과 바이러스 추출이 이루어졌지만, 원숭이는 이 질병의 초기 진원지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 질병을 전염시킬 수 있는 동물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 자체로 고통받거나 죽지 않는 동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언트는 나이지리아에서 15년 이상 이 바이러스를 연구해왔으며,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에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한 상황이다. 그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지만, 이 바이러스가 설치류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말에 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엠폭스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프리언트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영장류의 질병이 인간에게 가장 큰 위협으로 여겨져 왔다”고 설명하며, “그러나 이제는 설치류와 박쥐에서 전염되는 질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감염병은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는 생물학적 종의 경계를 넘어 인간 사이에서도 전염될 수 있다.

 

엠폭스와 코로나19는 이러한 면에서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엠폭스 바이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훨씬 이전에 나타났다. 최근 엠폭스의 확산 속도가 세계 보건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으며, 2024년 8월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엠폭스 신종 변이에 대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변이로 인해 콩고민주공화국, 부룬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르완다 등 여러 국가에서 확진 및 사망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WHO 역시 지난 14일(현지시간) 엠폭스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이 바이러스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엠폭스 바이러스는 1958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연구실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그 발견 시점보다 두 달 전 싱가포르에서 데려온 원숭이에서 질병이 확인되었다.

 

인간에서 최초로 감염된 사례는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병원에 입원한 9개월 된 남자아이다. 이 아이는 원숭이가 서식하는 열대 우림 지역에 살았지만, 의사들은 그가 감염된 원숭이와 접촉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병원에 입원한 소년은 회복되었으나, 불행히도 며칠 후 홍역으로 사망했다.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그 이전에 다른 인간 감염 사례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있다. 엠폭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천연두와 유사한 병변이 발생하기 때문에, 2003년 미국에서 70건의 발병 사례가 보고되기 전에도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 감염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발병 당시에는 설치류인 프레리도그가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로 지목되었으며, 이 프레리도그는 가나에서 가져온 감비아 주머니쥐와 함께 애완용으로 기르던 것이었다. 영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에서 발생한 다른 감염 사례들도 주로 아프리카 국가를 여행한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다.

 

2022년 5월 이후에는 미국, 영국, 호주, 유럽 본토, 캐나다 등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고,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보건 당국과 과학자들이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들 사례는 이미 엔데믹 수준에 접어든 아프리카의 감염자 수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2023년 1월 이후 1만9000명이 넘는 감염자와 9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지역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클레이드 I'이라는 더욱 치명적인 변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2022년 미국에서 발생한 변종은 '클레이드 II'로 알려져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생하는 엠폭스 변종이 미국에 미치는 위험은 낮다고 밝혔으며,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과거 엠폭스를 앓은 사람은 클레이드 I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미국에서는 클레이드 I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2022년 이후의 엠폭스 급증의 시작점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유전자 분석 결과, 이 변종 바이러스는 서아프리카에서 처음 나타난 엠폭스 계통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보건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이외의 여러 국가에서 수개월 동안 발견되지 않은 채 사람들 사이에 퍼졌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학계의 검토를 거치지 않은 유전자 분석 연구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엠폭스 바이러스(클레이드 II)는 2017년경에 이미 사람 간 전파 능력을 습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여러 돌연변이를 거쳐 감염력은 더욱 높아졌으며, 그 중 일부 변이는 인간의 면역력을 뚫을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클레이드 Ib'라는 새로운 변종이 등장했으며, 이는 밀접 접촉을 통해 더 쉽게 확산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변종은 북부 키부의 고마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15세 미만의 어린이들 사이에서 특히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 변종이 2023년 9월부터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가?

 

엠폭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는 달리 쉽게 전염되지 않으며, 주로 밀접한 신체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사람 간의 전염이나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전염이 이루어지려면, 보통 장시간의 접촉이 필요하다.

 

미국 미생물학회(ASM)의 매들린 배런은 "병변, 딱지, 체액 등 감염성 발진이 있는 사람과의 접촉이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자가 만진 물체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6월까지 16개국에서 발생한 감염의 98%가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어떤 질병이 특정 집단에 유입되면 해당 집단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어, 이러한 상황은 우연일 가능성도 있다.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 집단에서 엠폭스가 더 빠르게 전염됐다는 증거는 없으며,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전염이 더 잘 된다는 증거도 없다.

 

배런은 "바이러스가 질 분비물이나 정액 같은 성적 전파 경로를 통해 확산될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하지만 밀접한 접촉이 확산을 촉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정액에서 엠폭스 바이러스 DNA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이는 바이러스가 퍼지는 방식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엠폭스 바이러스는 유전 정보를 포함한 물질과 그를 둘러싼 단백질 외피 및 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포를 감염시키기 위해서는 이 모든 요소가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한다. 정액에서 바이러스 DNA가 검출되었지만, 이 바이러스가 생존력이 없어 감염을 일으키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위험도는 얼마나 될까?

 

서아프리카의 엠폭스 바이러스는 중앙아프리카의 바이러스에 비해 대개 경미한 질병을 유발하며, 이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적다. 클레이드 I에 감염된 경우 사망률은 약 10%인 반면, 클레이드 II는 99.9%가 생존한다. WHO에 따르면, 클레이드 II 바이러스는 2022년부터 2024년 6월까지 9만917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208명이 사망했다.

 

사망률이 낮더라도, 환자들은 이 질병이 매우 고통스럽고 몸을 쇠약하게 만든다고 언급한다. 배런은 “투병 기간이 길고, 지저분하며, 피하고 싶은 병”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발열과 두통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다단계 발진이 생기고 입, 발, 생식기 부위에 병변이 생기며 고름이 나올 수 있다.

 

엠폭스의 잠복기는 보통 614일이며, 감염 후 521일 사이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일반적인 잠복기보다 다소 빠르거나 늦게 증상이 시작될 수 있다. 감염 초기에는 두통, 발열, 근육통, 피로감이 느껴지며, 바이러스의 특징 중 하나는 림프절 부종이다. 발열 며칠 후에는 피부 발진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감염 후 약 3~4주가 지나면 물집에 딱지가 생겼다가 떨어지며, 이 과정에서 회복된 사람들에게 흉터가 남는 경우가 많다. 증상을 치료하는 약물 외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중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확률은 나이와 면역 수준 등의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엠폭스는 과거에 유행했던 질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특히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에 성공해 퇴치된 것으로 여겨졌던 천연두와 같은 바이러스군에 속하지만 서로 다른 바이러스이다.

 

진화의 위험성은 없는것인가?

 

엠폭스는 이중 가닥 DNA를 가진 벽돌 모양의 바이러스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더 치명적이거나 전염성이 강한 변종으로 변이될 가능성이 낮다. 반면,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는 단일 가닥 RNA로 구성된 유전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공중보건 및 바이러스학을 연구하는 로드니 로데 텍사스 주립대 교수는 “RNA 바이러스는 매우 빠르게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그 변이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2년에 배런과 함께 미국 미생물학회에서 엠폭스 관련 정보를 정리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DNA 바이러스는 그렇게 빠른 속도로 돌연변이를 발생시키지 않습니다. 엠폭스에서 50종의 돌연변이가 발견되었지만, 이 돌연변이가 질병의 심각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결론의 근거 중 하나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발견된 돌연변이의 절반 이상이 "침묵형"으로 분류됐다는 점이다. 침묵형 돌연변이는 세포를 감염시키고 면역 체계를 회피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변화시키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2022년 발병 이전의 3~4년 동안 많은 돌연변이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긴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학계에서는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바이러스가 두 가지 계통임을 밝혀냈으며, 이는 서로 다른 출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외의 지역에서 약 20년 동안 발견되지 않고 조용히 순환했을 가능성에 대한 여러 징후도 존재한다.

 

그러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새로운 클레이드 Ib 변종 엠폭스 감염 사례가 발생한 것은 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변종은 유전자 코드의 일부 변이를 포함하여 이전과 많은 변화가 관찰되었으며, 이로 인해 바이러스가 인간 간에 더 쉽게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공식 발표되지 않은 연구에서는 향후 발생할 경우 질병의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적 돌연변이가 확인되기도 했다. 만약 이 연구가 사실이라면, 보건 당국과 과학자들은 엠폭스가 더 우려스러운 질병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근거를 갖게 될 것이다.

 

전 세계적 보건 비상사태로 이어진 이유와 백신은 얼마나 효과적인가?

 

WHO는 2022년 7월 엠폭스와 관련하여 국제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으나, 질병 퇴치의 진전으로 인해 2023년 5월 이를 철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폭스의 위험성이 증가하자, 2024년 8월 아프리카 CDC는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WHO 또한 같은 날 새로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전 세계가 현재 상황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천연두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우리는 약 200년 동안 천연두 백신을 접종해왔으며,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1980년 5월 8일 인류는 천연두 퇴치를 선언했다. 현재 천연두 바이러스는 안전한 실험실에 보관되어 있지만, 더 이상 전염성 질병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천연두 및 유사한 바이러스에 대한 자연 면역력은 상실된 상태이다. 1980년대 중반 천연두 백신 접종이 종료되면서, 다른 두종 바이러스 예방 활동도 줄어들었다.

 

로데는 “천연두 퇴치 당시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집단 면역이 형성되었을 것”이라며, “천연두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경우 엠폭스가 더 강력하게 퍼졌을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방 접종이 종료된 이후 항체가 약해졌다는 점이 우려된다.

 

다행히도 천연두 백신은 엠폭스에 대해 최대 80%의 예방 효과를 나타낸다. 최근 백신 비축 물량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현재 많은 국가들이 백신을 보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주로 부유한 국가들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여전히 많은 자원이 부족하다.

 

아프리카 CDC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초부터 2022년 5월까지 아프리카 전역에서 1267건의 엠폭스 확진 사례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최소 285명이 사망했다. 로데는 “문제가 자신에게 닥치기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배런은 “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에서 엠폭스가 장기적인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자원과 진단, 백신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가르쳐준 교훈은 세상은 좁고, 질병은 경계를 초월하므로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UN 보고서는 인간의 서식지 침범과 기후 변화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질병의 출현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프리언트는 “질병을 이해하고 초기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각국이 이러한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엠폭스는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질병이다. 상대적으로 전파 속도가 느리고 예방 가능한 백신이 있어 통제 가능성이 있지만, 이러한 질병은 엠폭스가 끝이 아닐 것이다. 전 세계는 다음 질병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고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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